[책마을] 안개 덕분에 목숨 건진 히틀러…혹한 탓에 승리 날린 나폴레옹

입력 2022-07-01 17:55   수정 2022-07-01 23:56

날씨는 개인의 기분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가 쏟아지는 장마 시즌에는 우울하거나 짜증이 날 때가 많다. 폭우로 스포츠 경기가 아예 취소돼 경기 관람을 기대하던 팬들을 속상하게 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날씨는 나아가 세계의 역사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는 날씨가 세계사의 주요 변곡점을 만들어낸 순간들을 소개한다. 독일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로날트 D 게르슈테가 썼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날씨로 인해 주요 인물의 운명이 크게 달라졌다. 프랑스 대혁명의 총아이자 공포정치의 대명사였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는 1794년 7월 27일 파리 시민들에게 연설할 계획이었다. 자신을 반대하는 여론을 돌리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날따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잠시 시간을 지체하다가 28일로 날짜가 넘어가게 됐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날씨가 급변해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광장에서 로베스피에르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린 로베스피에르는 호소문을 작성하던 중, 국민공회 군대에 체포됐고 바로 그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아돌프 히틀러는 날씨로 암살을 피할 수 있었다. 1939년 11월 8일 히틀러는 독일 뮌헨에서 연설했다. 연설이 끝난 후엔 곧장 소형 수송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돌아오려 했다. 나치당의 집권 초기부터 독재 체제에 반대한 청년 엘저는 이에 맞춰 히틀러의 암살을 계획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뮌헨에 짙은 안개가 낀다는 예보가 나왔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을 때에는 수송기를 운항할 수 없었다. 결국 히틀러는 수송기 대신 기차를 타고 떠났고, 암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날씨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진격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혹한이 막아세웠다. 몽골의 일본 침공도 비바람이 막아세웠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게속되는 우천 속에서 단 하루의 맑은 날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오늘날, 인류사에 기록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 변화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항해하는 사람들”이라며 “그 배가 지금 그다지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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